대통력은 명나라의 역법(曆法)으로, 고려 말인 공민왕 19년(1370)에 수입되어 조선 효종 4년(1653)에 시헌력을 채용할 때까지 근 300년간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역법이다.
조선은 태조의 즉위교서에서 명나라의 형률인 대명률을 사용한다고 천명하고 원칙적으로 형률은 대명률을 사용하고 역서는 대통력을 사용하였으나 지역 차이로 시각과 절기가 중국과 잘 맞지 않고 역서가 도착하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려 때맞춰 널리 알릴 수 없으므로 실제로는 독자적인 책력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이 경진년대통력은 모두 1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첫 장은 정월에서 12월까지 윤4월을 포함한 13개월의 24절기에 관한 내용과 연신방위지도이고, 제2장∼제14장은 책력의 본체인 1월에서 12월까지의 월력이다. 달력에는 날짜별로 일상생활에서 그날그날 하기에 좋은 일과 해서는 좋지 않은 일을 기록하고 있다. 마지막 제15장은 부록격으로, 간지별로 피해야 할 일들을 열거하고 이 책력의 편찬·인쇄에 관여한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두었다.
이 책력이 만들어진 때는 조선 선조 13년(1580)이나 대개 역서를 편찬하고 인쇄하는 것은 새해가 시작되는 전년도의 동지이므로 선조 12년(1579)에 인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진년대통력은 관상감에서 임진왜란 이전에 활자로 찍은 역서로는 유일한 것이다. 또한 관상감 인력자(印曆字)로 찍어낸 책 중 가장 앞선 것으로서, 조선시대의 활자 연구와 서지학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