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 전시영상 2020 상설전시2 온라인 전시해설 한국인의 일상 -여름-

2020-06-26 조회수 : 1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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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의 상설전시관2 전시해설 한국인의 일상 -여름-
이 전시관에서는 1년 주기로 반복되는 농경생활과 사계절의 변화에 맞춰 삶을 살아온 조선시대(1392~1910) 사람들의 생활상을 전시하고 있다. 살기 좋은 곳에 터를 잡은 한국의 마을은 사람들이 모여 살아온 최소 단위의 생활공간이다. 이 터에서 가꾸어온 사람들의 다양한 일상을 봄·여름·가을·겨울의 차례로 볼 수 있고, 아울러 마을과 마을, 사람과 사람, 물자와 물자를 서로 연결해주는 문화와 교역의 장(場)인 시장에서는 한국인의 일상 전반을 볼 수 있다. 사계절의 순환이라는 자연현상에 맞추어 살며 만들어낸, 농경세시를 바탕으로 한 생업·의식주·공예 등의 다양한 일상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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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전시관2 한국인의 일상
여름

<여름>
국립민속박물관 상설전시관2 <한국인의 일상>에서는 1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농경 생활과 사계절의 변화에 맞춰 살아 온 조선 후기 전통사회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앞서 봄에 이어 여름날의 일상으로 들어가 보고자 하는데요. 여름은 24절기 중 입하(立夏)부터 대서(大暑)에 해당하는 기간으로 가장 더운 계절이지요. 여름의 일상으로 안내해주는 하얀 모시가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잊게 해주는 듯합니다.

김매기와 새참
여름은 뜨거운 햇볕 아래서 농작물이 자라는 계절입니다. 이 시기에는 농작물과 더불어 잡초도 무성해 지기 때문에 양분을 빼앗기지 않도록 잡초를 제거하는 김매기가 매우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김매기를 할 때 필요한 세 가지 도구가 있는데요. 잡초를 뽑을 때 사용하는 호미, 손톱을 보호하기 위해 손가락에 끼우는 깍지, 억센 잎에 손목이 긁히지 않도록 팔에 끼우는 토시가 그것입니다. 호미는 땅의 성질과 용도에 따라 날의 모양이 다릅니다. 논에서 쓰는 호미는 흙밥이 잘 뒤집히도록 날이 크고 많이 휘어져 있으며, 밭 호미는 돌과 자갈을 잘 골라낼 수 있도록 날이 작고 뾰족한 것이 많습니다.
이렇게 아침부터 논밭에 나가서 김매기를 하고 일을 하다가 지치고 허기질 때 음식을 먹는데 이를 새참이라고 합니다. 새참을 통해 잠시 휴식을 취하며 피로를 풀고 다시 일할 힘을 충전하였습니다.
김매기는 모내기를 한 다음 보통 세 번 정도 행해지는데, 세 번째 김매기인 세벌매기(만물매기)가 끝나면 날을 잡아 호미를 씻어 두는 의례를 행하였습니다. 이것을 “호미씻이”라고 합니다. 이날에는 마을 사람들이 무사히 농사의 반을 끝낸 기쁨을 나누며 고된 노동을 잠시 내려놓고 하루를 즐기면서 화합을 다졌는데요. 이를 “백중놀이”라고 합니다. 시기적으로는 대개 음력 7월 15일인 백중날 행하였습니다.

물 관리
여름철 장마가 시작되면 비 내리는 날이 많은데요. 비 오는 날에는 머리에 방갓이나 기름을 먹인 종이로 만든 갈모를 쓰고, 나무로 만든 굽이 높은 나막신을 신고, 도롱이를 입었습니다. 도롱이는 띠풀이나 짚을 엮어 만든 옷인데요. 겉은 풀을 길게 늘어뜨려 빗물이 스며들지 않고 흘러내리도록 만들었으며, 안쪽은 촘촘하게 짜서 겨울철 방한복으로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농작물이 잘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는 물 관리가 필수입니다. 적절한 물을 공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요. 가뭄 때는 물이 마르지 않도록 용두레를 사용해 낮은 곳에 있는 물을 퍼 올리고, 장마나 태풍으로 인한 폭우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살포로 논의 물꼬를 트거나 막아주면서 물 관리를 하였습니다.

강과 바다
여름은 가장 좋은 소금이 만들어지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여름의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바닷물이 빨리 증발하여 결정이 고르고 맛좋은 소금을 얻을 수 있지요. 소금을 만드는 염전에서 바닷물을 퍼 올릴 때 사용하는 것은 무자위입니다. 사람이 올라가서 발로 밟으면서 회전시켜서 바닷물을 길어 올립니다.

여름철 무더위 속에서 계속되는 노동은 매우 힘들기 때문에 적절한 휴식을 취해주는 것도 중요하였는데요. 시원한 강이나 냇가에 나가 물고기를 잡는 천렵을 즐기며 더위를 피했습니다. 원통 안에 날카로운 발을 달아 안으로 들어간 물고기가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여 잡는 통발, 물고기를 가두어서 잡는 가리, 물고기를 찔러서 잡는 작살, 또는 낚시 등 각자 다양한 도구를 가지고 나와서 물고기를 잡았습니다.

낮잠
그늘 밑 시원한 평상에 누워 잠깐의 낮잠을 즐기는 것도 더위와 피로를 풀어주는 소중한 쉼이지요. 더운 여름을 나기 위해 집 안에 평상을 깔고 대나무로 만든 발을 걸어두었습니다. 대나무발은 햇볕을 가려줄 뿐만 아니라, 대나무의 표면이 차가워서 바깥의 뜨거운 바람이 대나무발을 통과하면서 온도가 내려가 시원한 바람을 통하게 해줍니다. 평상 위에 누워 대나무로 만든 죽부인을 안고 자는 낮잠은 꿀맛같은 휴식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더위를 이기는 데에는 부채를 빼놓을 수 없지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단오에 임금님이 신하들에게 부채를 선물했을 정도로 부채는 여름나기 필수품이었습니다. 대나무를 얇게 깎아 맞붙여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합죽선, 부채살을 납작하게 펴서 만든 단선, 짚이나 부들을 이용하여 만든 팔덕선 등 부채의 종류도 다양하였습니다. 부채손잡이에 문양을 새겨 넣거나, 부채 고리나 자루에 선추를 다는 등 일상 용품에도 아름다움을 추구하였습니다.

여름 옷
여름에는 바람이 잘 통하고 땀 흡수가 빠른 모시나 삼베로 옷을 지어 입었습니다. 경북 지역의 여성들이 속옷으로 많이 입던 삼베로 만든 살창고쟁이는 허리 아랫부분을 살창처럼 오려내어 바람이 잘 통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또한 옷에 땀이 배지 않고 통풍이 잘되도록, 속옷 밑에 등나무나 대나무로 만든 등거리를 걸치고 토시를 팔에 착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여름이 되면 여성들이 착용하던 장신구에도 변화를 주어 시원한 느낌이 드는 옥이나 은 소재를 사용하였는데요. 이렇게 단오를 전후로 하여 여름용 옷과 장신구로 바꾸었습니다.

베짜기
그럼 이런 옷은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전통사회에서는 집에서 직접 실을 자아서 옷감을 짜고 옷을 만들었습니다. 실을 내어 옷감을 짜는 일을 “길쌈”이라고 하는데요. 길쌈을 통해 만들어진 직물은 집에서 옷을 만들 때 사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팔아서 농가의 주요한 소득원이 되기도 하였고 화폐의 대용으로 쓰이기도 하였습니다. 베틀로 옷감을 만들 때는 도투마리에 감아 늘어놓은 날실 사이로 실꾸리를 넣은 북을 교차시키며 씨실을 넣어 직물을 짭니다. 직물이 고르게 짜지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디”인데요. 가늘고 얇은 대오리살 틈 사이로 날실을 꿰어서 실 간격을 고르게 합니다. 바디의 대오리살 간격이 촘촘할수록 조직이 고운 옷감을 짤 수 있습니다.
베틀로 삼베를 짜기 위해서는 먼저 삼실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삼베의 원료가 되는 풀인 삼의 껍질을 쪼개고 엮어 물레에 걸고 돌려서 실을 만듭니다. 이렇게 만든 실은 강도를 높이기 위해 풀을 먹이는 작업을 하는데 이를 베매기라고 합니다.
길쌈을 통해 만들어진 옷감은 홍두깨에 감거나 다듬잇돌에 올려 다듬이방망이로 두드려서 구김살을 펴고 옷감을 고르게 다듬습니다.

염색
이렇게 짠 옷감은 본래의 색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자연에서 얻은 천연염료로 색을 들여 멋을 내었습니다. 치자나 황련으로 노란색을, 홍화로는 붉은색, 그리고 쪽물을 들여 푸른색 염색을 하였습니다. 쪽물은 방충효과가 있어서 불경을 제작할 때도 사용하였습니다. 색이 잘 빠지지 않고 고운 색을 내기 위해서는 염색 과정이 복잡하여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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