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 전시영상 2020 상설전시2 온라인 전시해설 한국인의 일상 -가을-

2020-06-26 조회수 :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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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의 상설전시관2 전시해설 한국인의 일상 -가을-
이 전시관에서는 1년 주기로 반복되는 농경생활과 사계절의 변화에 맞춰 삶을 살아온 조선시대(1392~1910) 사람들의 생활상을 전시하고 있다. 살기 좋은 곳에 터를 잡은 한국의 마을은 사람들이 모여 살아온 최소 단위의 생활공간이다. 이 터에서 가꾸어온 사람들의 다양한 일상을 봄·여름·가을·겨울의 차례로 볼 수 있고, 아울러 마을과 마을, 사람과 사람, 물자와 물자를 서로 연결해주는 문화와 교역의 장(場)인 시장에서는 한국인의 일상 전반을 볼 수 있다. 사계절의 순환이라는 자연현상에 맞추어 살며 만들어낸, 농경세시를 바탕으로 한 생업·의식주·공예 등의 다양한 일상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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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전시관2 한국인의 일상
가을

<가을>
뜨거운 햇볕 아래 만물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여름을 지나 어느덧 가을이 되었습니다. 가을은 절기상 입추(8월 8일 경)부터 상강(10월 23일 경)에 해당하는 계절로, 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봄·여름 동안 정성껏 농사지은 작물을 수확하고 곧 다가올 겨울을 준비합니다.
바로 앞에 큰 보름달이 보이시죠? 가을은 민족 최대명절인 추석이 있는 계절이기도 한데요, 일 년 중 가장 큰 보름달이 뜨는 추석날 우리 조상들은 보름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습니다. 아마도 겨울 동안 식량 걱정 없이 가족 모두 건강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라지 않았을까요?
이제 이 대문을 넘어서면 가을과 겨울의 일상이 펼쳐집니다. 대문과 양옆 기둥에 입춘첩이 붙어 있네요. 대문에는 ‘입춘대길 건양다경’이, 기둥에는 ‘문영춘하추동복(門迎春夏秋冬福)’, ‘호납동서남북재(戶納東西南北財)’가 쓰여 있습니다. 한 해 동안 복이 가득하고 재물이 사방에서 모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감사
대문을 넘어 오른편에 떡과 다식을 만드는 도구들이 보입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수확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수확한 곡식과 과일, 떡 등을 올리고 차례를 지냈습니다.
전시장 중앙에 전시된 도구들은 ‘떡살’입니다. 떡살은 떡에 무늬를 찍는 도구로 풍요와 부귀를 상징하는 동·식물이나 문자가 주로 새겨집니다. 전시된 유물에는 꽃, 壽(목숨 수), 福(복 복) 등의 문양이 조각된 떡살들이 보이네요.
떡과 더불어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인 다식은 곡물을 볶은 가루를 꿀이나 조청으로 반죽한 뒤 모양을 낸 전통 과자입니다. 다식에 무늬를 찍어내는 다식판 역시 떡살과 마찬가지로 꽃문양이나 壽, 福 등의 무늬가 새겨져 있습니다.

가을걷이
가을이 되어 논밭에서 거두어들인 작물들은 타작과 도정을 거쳐 비로소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가을걷이에 사용되는 농기구들을 한번 알아볼까요?
타작은 수확한 곡식의 이삭을 떨어서 낟알을 거두는 과정을 말합니다. 주로 마당에 멍석이나 도래방석을 깔거나 마당 ‘맥질’이라 하여 황토로 마당을 평평하고 매끈하게 하여 돌 등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게 한 다음, 곡식을 세게 내려치거나 도리깨로 쳐서 낟알을 떨어내지요. 분리된 낟알은 고무래와 갈퀴를 사용해서 한 곳에 모아둡니다. 6번에 전시된 것은 ‘그네’, 지역에 따라서는 ‘홀태’, 또는 ‘첨치’라 부르는 농기구인데요, 위쪽에 나 있는 날 사이사이에 작물을 끼우고 몸쪽으로 당기면 작물의 낟알만 아래로 떨어집니다.
타작을 거친 낟알은 껍질을 벗기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를 도정이라고 합니다. 앞에 놓인 농기구를 보시죠. 이 농기구를 ‘풍구’라고 합니다. 입구를 통해 낟알을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안에서 바람이 일어나면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먼지와 불순물들은 입구를 통해 날아가고 낟알들만 아래쪽 구멍으로 나오게 됩니다.
풍구 뒤쪽에 전시된 커다란 맷돌처럼 생긴 농기구는 ‘매통’이라고 합니다. 크기가 같은 통나무 두 쪽을 맞물려놓은 매통은 위쪽에 난 구멍으로 낟알을 넣고 손잡이를 좌우로 돌리면 울퉁불퉁한 홈에 낟알의 껍질이 벗겨지는 구조입니다.
타작과 도정 단계를 모두 거친 곡식은 소나 말, 또는 사람에 의해 저장고인 뒤주로 운반됩니다. 사람이 나를 때는 지게를 사용하고 소나 말이 옮길 경우는 앞에 놓인 ‘길마’와 ‘옹구’를 사용합니다. ‘ㅅ(시옷)’자 모양의 나무가 길마이고, 그 위에 얹어진 것이 옹구입니다. 옹구에 곡식을 넣고 아랫단에 막대기를 끼워 막아 놓았다가 곳간에 도착해 막대를 뽑으면 곡식을 뒤주에 쏟아부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길마와 옹구를 이용해서 많은 양의 곡식을 한 번에 운반했지요.

집수리
가을걷이로 바쁜 농사일이 끝나갈 무렵, 사람들은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집수리를 시작합니다. 찬바람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창문과 문에 창호지를 새로 붙이고, 구멍 난 벽을 메워서 쥐가 들어와 식량을 갉아먹지 못하게 합니다. 초가집은 가을걷이를 끝낸 볏짚으로 새로 이엉을 엮고, 기와지붕도 깨진 기왓장을 교체해줍니다.
이곳은 집을 짓거나 수리할 때 사용하는 공구들이 전시된 부분입니다. 왼쪽에 다양한 종류의 톱이 보이네요. 이 톱을 ‘붕어톱’이라고 하는데, 볼록한 톱날이 붕어와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전시장 아래에 긴 나무기둥이 놓여있지요? 지붕을 떠받치는 중요한 목재인 ‘상량’입니다. 상량을 놓음으로써 집의 골격이 완성되기 때문에 상량은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따라서 상량을 올릴 때는 상량 고사를 치르면서 어려운 일을 잘 마친 것을 축하하고 집 공사가 잘 마무리되기를 기원하기도 합니다.

사랑방과 누마루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멋진 건물이 하나 보이네요. 이 건물은 ‘사랑채’입니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 성리학 질서가 강화되면서 가정에서도 남성 공간과 여성 공간을 분리하기 시작했는데 사랑채는 그 중 남성의 공간입니다. 남성들은 사랑채에 머물면서 글공부도 하고 휴식도 취했습니다. 부유한 가문에서는 사랑채를 이와 같이 독립된 건물로 지었지만 일반 농가에서는 대문에서 가장 가까운 방을 사랑방으로 사용했습니다. 사랑방 안을 들여다볼까요? 누워서 쉴 수 있는 보료가 있고, 그 앞에는 ‘서안’이라고 하는 낮은 책상이 있네요. 벽에는 사대부의 정신을 상징하는 사군자 병풍이 있습니다.
몇 걸음 더 걸어가면 사랑방과 연결된 마루가 나오는데 이곳은 ‘누마루’라는 공간입니다. 마루 주변을 난간이 둘러싸고 있어 그렇게 부르는데요, 누마루는 남성이 손님을 맞이하거나 자녀를 교육할 때 주로 사용했던 공간입니다. 가을걷이를 끝낸 농민들로부터 소작료를 거두어들이는 곳이기도 하지요. 안을 볼까요? 손님을 대접할 때 쓰는 찻잔도 있고, 가운데 있는 책상 위에는 소작료를 기록하는 문서도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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