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 전시영상 2020 상설전시1 온라인 전시해설 한국인의 하루 -낮-

2020-06-29 조회수 : 3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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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의 상설전시관1 전시해설 한국인의 하루 -낮-
《한국인의 하루》 전시관에서는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 조선 후기 이후 한국인의 하루 일상을 보여준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마을 안에서,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하루’라는 시간 속에 각자의 생업에 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삶을 그렸다. 새벽 세수로 잠을 깨며 몸가짐을 고르던 선비, 농사를 짓는 농부와 공방에서 생활용품을 만드는 장인, 우물가에서 물을 긷고 냇물에 빨래하는 여인, 들판에서 뛰노는 아이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저녁상을 준비하는 아낙의 모습에서 하루를 열고 마무리하는, 낯설지 않은 우리네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이 전시관은 계절을 맞이하고, 함께 나며, 보내는 한국인의 순환적 일상을 반영하여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롭게 변한다. 특히,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전통 사회의 일상과 비교해 볼 수 있는 근현대의 하루를 소개하는데, 시간을 넘어 변하지 않는 ‘하루’가 지닌 일상의 가치를 새롭게 되새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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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전시관1 한국인의 하루 (봄)
낮, 노동이 집약되는 시간

<낮>
낮은 농사일부터 집안일까지 분주한 일상이 펼쳐지는 시간입니다. 따뜻한 봄 햇살을 만끽하기 위해 나들이를 가거나, 풍년을 기원하며 한해 농사를 준비하는 사람들로 봄철의 낮은 바쁘게 흘러갑니다.

냇가 빨래
부녀자들이 냇가로 빨래를 하러 나왔습니다. 부녀자들은 농사 등 생업을 하는 중에도 빨래와 같은 집안일을 하며 바쁘게 하루를 보냅니다. 세탁기가 없었던 전통사회에서는 빨랫방망이로 빨랫감을 힘차게 두드려 얼룩과 때를 없앴습니다.
봄이 되어 얼었던 시냇물이 녹고 꽃잎이 시냇물을 따라 흘러가는 것이 보이네요.

봄놀이
시냇물을 따라가보니 봄놀이 장면이 그려진 그림 한 점이 보입니다. 문인들이 봄을 맞아 나들이 간 모습을 그린 ‘수계도권(修禊圖卷)’이라는 작품입니다. 수계(修禊)는 음력 삼월 삼짇날 흐르는 물에 몸을 씻어 묵은 액을 털어버리고 복을 기원하는 의례입니다. 전시된 그림에는 1853년, 서울에 거주하는 역관·향교 교육관 등 30여 명의 문인들이 냇가를 찾아 수계를 지낸 후 시회(詩會)를 즐기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시냇물에 잔을 띄워 보내며 봄 경치를 감탄하는 내용의 시를 지었는데, 이들이 지은 시 30수가 그림 왼편에 적혀있습니다.
‘수계도권’ 아래에는 야외에서 먹을 음식을 보관하는 ‘찬합’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휴대하기 편하도록 칸칸이 음식을 담았습니다. 담뱃잎을 보관하던 ‘담배쌈지’와 담뱃불을 붙이는 부싯돌이 들어있는 ‘부시쌈지’도 보이네요.

농사 준비
봄은 농사가 시작되는 계절입니다. 봄이 되면 농부들은 풍년을 기원하며 봄갈이를 하고 씨앗을 뿌려 싹을 틔웁니다.
봄갈이는 겨우내 얼어있었던 흙을 부드럽게 하고 토양의 질을 높이는 작업입니다. 전시장에 다양한 봄갈이 농기구들이 보이네요. 왼쪽에 전시된 농기구는 ‘써레’입니다. 바닥에 있는 흙덩이를 잘게 부수거나 바닥을 편평하게 하는 데 사용하는 농기구지요. 써레에 연결된 시옷(ㅅ)자 모양의 나무는 ‘멍에’로, 이 멍에를 소 목에 걸어 써레에 연결한 다음 써레질을 합니다.
써레 오른쪽에 있는 농기구는 ‘쇠스랑’, 쇠스랑 앞에 있는 것은 ‘따비’입니다. 쇠스랑과 따비 모두 땅을 파거나 고르는 농기구로, 돌과 나무뿌리가 많아 쟁기나 써레를 사용하기 어려운 곳에서 주로 사용합니다. 특히 쇠스랑은 도둑이 밟으면 자루가 벌떡 일어서서 이마에 큰 상처를 입힌다고 하여 농가에서는 잘 때 방문 밖에 쇠스랑을 두기도 했습니다.
봄갈이를 통해 토양이 농사짓기에 알맞은 상태가 되면 씨앗을 뿌립니다. 이를 ‘파종’이라고 하는데, 싹이 트기 좋게 씨앗을 물에 불려 사용했습니다. 씨앗을 보관하는 ‘종다래끼’와 ‘씨앗 망태기’가 보이네요.

농가 생활
농부들은 농사 이외에 어떤 일을 하며 지냈을까요? 농가의 방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방 중앙에 솜이 가득 담긴 바구니가 있습니다. 두꺼운 겨울옷에서 빼낸 솜들인데요, 날씨가 따뜻한 봄에 입기 위해 겨울옷에서 솜을 빼는 작업을 하고 있군요. 그 왼쪽에 있는 것은 ‘물레’입니다. 고치에서 실을 뽑아낼 때 사용하는 도구로, 뽑아낸 실을 감아 놓은 실타래가 앞에 보이네요.
제철 채소로 요리한 봄철 밥상을 볼까요? 김치와 같은 저장 음식을 주로 먹는 겨울과 달리, 만물이 생동하는 봄에는 새로 돋아난 순이나 나물을 채취하여 음식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오른쪽을 보니 소와 말의 여물통인 ‘구유’가 보입니다. 그 옆에는 닭의 보금자리인 ‘닭둥우리’가 있네요. 들짐승이 닭을 해치지 못하도록 처마나 추녀 밑에 달았습니다.

농기구
이쪽에는 다양한 농기구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살포·도리깨·매통 등 여름이나 가을에 사용하는 농기구들이 보이는데요, 봄농사에 사용하지 않는 농기구는 이렇게 집 안에 있는 헛간에 보관하였습니다.
여름에 주로 사용하는 ‘살포’는 논의 물꼬를 트거나 막아서 물의 양을 조절하는 농기구입니다. 지주들이 논에 나가 농사를 감독하며 돌아볼 때 지팡이 대신 살포를 짚고 다니기도 했다고 하네요.
이 농기구는 ‘개상’입니다. 개상은 도리깨와 더불어 타작할 때 사용하는 농기구로, 개상에 작물을 세게 내려치면 낟알이 떨어집니다. 타작한 작물은 껍질을 벗기고 불순물과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도정 단계를 거치는데, 이때는 매통이나 ‘키’를 사용합니다. 벽에 걸린 키에 낟알을 넣고 위아래로 흔들면 쭉정이와 티끌 등 불순물이 날아가고 깨끗한 낟알만 남게 됩니다.
왼쪽에 전시된 유물은 ‘거적틀’ 입니다. 거적은 짚을 엮어 만든 자리로, 감자나 고구마 등 수확물을 건조할 때 마당에 깔기도 하고 겨울에는 냉해를 막기 위해 항아리 위에 덮기도 합니다. 거적틀 앞에 있는 자루를 ‘섬’이라고 하는데, 거적을 반으로 접고 양쪽을 바느질하여 만듭니다. 가을걷이를 끝낸 곡식은 섬에 넣어 보관하지요.

항아리와 저장
마당으로 나가볼까요?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항아리가 보이네요. 항아리는 우리나라 장 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저장 용기입니다. 특히 봄이 되면 항아리를 깨끗이 씻어 새로 장을 담그는데요, 날씨가 더워지기 전에 담가야 좋은 장맛을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지역마다 토양과 기후가 다르기 때문에 항아리 역시 지역에 따라 크기와 형태가 조금씩 다릅니다. 식량이 풍부한 전라도와 경상도 지역의 항아리는 다른 지역에 비해 크기가 더 큽니다. 또한, 따뜻한 기후로 인해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에 장맛이 변하지 않도록 항아리 바닥을 좁게 만듭니다. 산간지방인 강원도에서는 구하기 쉬운 나무를 재료로 하여 추운 날씨에도 잘 깨지지 않는 나무독을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장인의 가구 제작
지금까지는 농부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낮의 일상을 살펴보았습니다. 이곳은 장인들의 하루 일상을 담은 공간입니다.
나무를 이용하여 생활 도구나 가구를 만드는 장인을 ‘소목장’이라고 합니다. 소목장이 제작한 반닫이와 머릿장이 전시되어 있네요. 소목장은 전시된 것과 같이 톱과 대패, 망치 등을 사용하여 아름다운 목가구를 만듭니다. 영상 화면 옆에 전시된 것은 ‘돌대송곳’인데요, 목재에 구멍을 뚫을 때 사용합니다. 송곳을 가로지르는 나무막대를 위아래로 움직여서 목재에 구멍을 내지요.
전시장 오른쪽 아래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금속장식들이 보입니다. 이들은 가구에 장식이나 개폐용으로 부착하는 금속제 장식들로, ‘장석’이라고 합니다. 장석을 만드는 장인인 ‘두석장’은 상서로운 의미를 나타내는 무늬를 새겨 넣어 장석을 완성합니다. 가족의 화목을 상징하는 만(卍)자 문양과 수(壽)·복(福)·박쥐·꽃무늬 등이 보이네요.

반닫이
반닫이는 앞면을 둘로 나누어 윗면만 열고 닫을 수 있게 만든 가구로, 이불이나 집문서 등과 같은 물건을 보관했습니다. 소목장과 두석장이 정성을 다해 제작한 반닫이들이 전시되어 있네요.
반닫이 역시 지역에 따라 그 특징이 조금씩 다릅니다. 지역에 따라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 종류가 다르고 선호하는 무늬도 다르기 때문이지요.
화려하고 정교한 장석이 돋보이는 이 반닫이는 평안도에서 사용한 것입니다. 평안도 반닫이는 장석 전면을 매우 섬세하게 투각한 것이 특징으로 ‘숭숭이 반닫이’라고도 부릅니다. 박천 지역에서 주로 생산된다고 하여 ‘박천 반닫이’라고도 부르는데, 재료로는 피나무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한편, 전라도 반닫이는 장석의 수가 적고 무늬가 간결하여 단아한 느낌을 줍니다. 강원도 반닫이는 전면이 액자형식이며 중앙에 커다란 배꼽장식이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지요.

봄나물 캐기
봄이 되면 산과 들에 나가 봄나물을 캐서 먹습니다. 채취한 나물과 꽃 등을 보관하는 망태기가 보이네요. 어깨끈이 달린 이 망태기는 망태기를 등에 메고 양손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입니다.
산나물은 독성을 함유한 경우가 있어서 한번 데쳐 먹는데요, 데친 나물을 건질 때는 위쪽에 전시된 ‘나물건지기’를 사용했습니다. 데친 나물은 ‘소쿠리’에 담아서 물기를 빼내지요.
솥뚜껑 위를 보니 삼짇날 먹는 진달래 화전이 있네요. 음력 3월 3일 삼짇날에 사람들은 산과 들로 나가 화전과 화채, 쑥떡 등을 만들어 먹으며 완연한 봄기운을 만끽하고, 한 해 동안의 건강과 풍년을 기원합니다.

지금까지 조선시대 후기를 배경으로 봄철의 낮 풍경을 살펴봤습니다. 만물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봄철의 낮은 이렇듯 분주하게 지나갑니다.
낮이 지나고 저녁 어스름이 깔리면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을까요? 이어서 봄철의 저녁 풍경을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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