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 전시영상 2020 상설전시1 온라인 전시해설 한국인의 하루 -밤-

2020-06-29 조회수 : 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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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의 상설전시관1 전시해설 한국인의 하루 -밤-
《한국인의 하루》 전시관에서는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 조선 후기 이후 한국인의 하루 일상을 보여준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마을 안에서,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하루’라는 시간 속에 각자의 생업에 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삶을 그렸다. 새벽 세수로 잠을 깨며 몸가짐을 고르던 선비, 농사를 짓는 농부와 공방에서 생활용품을 만드는 장인, 우물가에서 물을 긷고 냇물에 빨래하는 여인, 들판에서 뛰노는 아이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저녁상을 준비하는 아낙의 모습에서 하루를 열고 마무리하는, 낯설지 않은 우리네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이 전시관은 계절을 맞이하고, 함께 나며, 보내는 한국인의 순환적 일상을 반영하여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롭게 변한다. 특히,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전통 사회의 일상과 비교해 볼 수 있는 근현대의 하루를 소개하는데, 시간을 넘어 변하지 않는 ‘하루’가 지닌 일상의 가치를 새롭게 되새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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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전시관1 한국인의 하루 (봄)
밤 ‧ 근현대의 하루

<밤>
지금부터는 앞서 낮의 일상에 이어 저녁과 밤의 생활 모습을 만나보겠습니다. 어느 봄날 저녁,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으로 들어가 보시죠.

집안의 밤 풍경 - 저녁 준비
해가 지면 집집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손길로 분주하고 마을 곳곳의 굴뚝에서는 불 피우는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부엌에서는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짓고, 들에서 캐 온 봄나물로 국과 반찬을 만들어 밥상을 차려냅니다. 또 봄의 별식으로 붉은색을 띤 오미자국에 국수틀에서 갓 뽑아낸 국수를 담고 진달래를 고명으로 얹어 먹기도 합니다.

일상적으로 먹는 식사는 보통 밥과 국, 김치와 장류를 기본으로 하고, 다양한 조리법으로 만든 반찬 수를 더하여 3첩, 5첩, 7첩 등으로 구성한 밥상을 차립니다.
이러한 일상식 외에도 때마다 제철에 나는 재료로 만든 시식(時食)이나 절기에 차려 먹는 절식(節食)을 즐기기도 하였는데요. 봄에는 진달래꽃으로 두견주를 빚거나, 봄의 대표 명절인 삼짇날(음력 3월3일)에 진달래꽃잎을 찹쌀 반죽에 얹은 화전을 부쳐 먹으면서 봄을 즐겼습니다.

집안의 밤 풍경 – 안방
해가 저물면 사람들은 분주한 일상에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일을 맞을 준비를 하였습니다.
안방에서는 여인들이 가족을 위해 바느질을 하여 옷을 짓거나 해진 부분을 손보기도 하고, 숯을 넣은 다리미나 화롯불에 달군 인두로 옷의 구김을 펴거나 주름을 잡는 등 옷 손질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버선이나 이불, 베갯모 등 필요한 물품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생활용품을 만들 때에는 좋은 의미가 담긴 길상 무늬나 문자로 장식하였는데요. 실상자와 반짇고리에는 기쁠 희(囍)자, 베갯모에는 목숨 수(壽)자, 복 복(福)자, 꽃과 나비가 수놓아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네요. 베개 양쪽 끝에 붙이는 베갯모는 둥글거나 네모진 형태가 일반적이며, 이렇게 자수를 한 것 외에도 나무판에 무늬를 새기거나 자개, 화각, 상아 등 다양한 재료로 베갯모를 만들었습니다.
안방에 있는 것들을 더 둘러볼까요? 옷을 보관하는 이층농에는 부귀와 가족의 화목을 기원하는 박쥐 무늬와 만(卍)자 무늬 장석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해‧구름‧소나무‧돌‧물‧불로초‧학‧사슴‧거북‧대나무 등 장수와 복을 상징하는 십장생을 자수한 10폭 병풍도 있습니다. 이렇게 전통사회 사람들은 옷이나 생활용품, 가구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에도 가족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며 복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았습니다.
안방 뒤쪽의 시렁에는 전대 모양의 주머니가 올려져 있는데요. 이것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을 관장한다고 하는 삼신의 신체가 모셔진 삼신단지입니다. 삼신단지는 지역과 집안에 따라 형태가 매우 다양한데요. 이러한 전대 모양의 삼신은 중부지방에서 볼 수 있는 형태로, 주머니에 쌀을 담아 안방에 두었습니다.
여성의 생활공간인 안방에는 이렇게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우리 어머니들의 마음이 곳곳에 깃들어 있네요.


마을 골목의 밤 풍경 – 야행(夜行)
밤이 되면 도성 내 도둑이나 화재를 경계하기 위해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도성 안팎을 순찰하는 순라군이 활동하였습니다. 순라군이 밤에 사용하였던 등기구로 조족등이 있는데요. 불빛이 발밑을 비추도록 만들어진 휴대용 조명기구로, 도적을 잡을 때 쓴다고 하여 도적등 또는 조적등으로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그 외의 등기구로, 수등은 집안을 밝히기 위해 처마 밑 또는 대청에 걸어두거나 외출할 때 밤길을 밝히는 데 사용하였습니다. 초롱은 등불이나 촛불이 바람에 꺼지지 않도록 외피를 씌워 실외에서 사용하는 등기구입니다. 제주도에서는 갈대를 엮어서 만든 미심이라고 하는 등기구도 사용하였는데요. 미심은 불이 확 타오르지 않더라도 오래 보존되는 특성이 있어서 야행하는 동안 불씨를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였습니다.

밤하늘과 꿈
밤 10시 즈음 도성의 통행 금지를 알리는 종소리[인정(人定)]가 28번 울리고 밤의 적막이 내려앉으면 마을 거리는 한산해지고 사람들은 하루를 마무리하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정월대보름이나 경신일(庚申日)과 같은 특별한 날에는 야간 통행 금지를 풀어 밤나들이를 허락하기도 하였는데, 이때 사람들은 늦은 밤까지 함께 음식을 즐기고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다가올 한 해의 운세를 점치기도 하였습니다.

관측한 별자리와 하늘 모습을 그린 것을 천문도라고 합니다. 조선 시대 임금은 날씨, 계절 등 농사와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하늘의 뜻을 받들어 어진 정치를 펼치겠다는 공표의 의미로서 하늘을 관측하고 천문도를 제작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이 천문도는 육면체로 접어 별자리를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방성도’라고 합니다. 서양식 천문도 작도법으로 제작한 것을 채색 필사한 것입니다.
8폭 병풍에 그린 이 천문도는 보물 제1318호 ‘신구법천문도’입니다. 조선 전기 전통적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와, 17세기 이후의 서양식 신법천문도인 ‘황도남북양총성도’, 그리고 마지막에 해와 달, 오행성을 그린 ‘일월오성도’가 함께 수록된 천문도입니다. 전통식 천문도와 서양의 천문도가 융합되어 있고, 조선의 과학적 인식과 우주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전통사회 사람들은 자연과 함께 하루를 보내면서 자연 현상에 대해 예사롭게 생각하지 않았는데요. 별자리를 통해 길흉을 점치고 별에 소망을 기원하였으며 별자리 신앙 형태로도 나타났습니다. ‘수성노인도’는 인간의 수명을 관장한다고 여겼던 남극노인성을 의인화하여 그린 그림입니다. 사람들은 이 신격에게 자신의 장수와 자손의 번성을 기원하였습니다. ‘칠성도’는 모두가 잘 아는 북극 하늘의 일곱별을 신격화하여 그린 그림입니다. 칠성은 인간의 생활 전반을 관장하는 신격으로 생각하여 매우 중요한 숭배 대상이 되었는데요. 사람들은 소원성취와 무병장수 등 자신의 삶이 평안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신격에게 정성을 드렸습니다. 행복한 삶을 기원하며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향해 소원을 빌던 전통사회 사람들의 모습이 지금 우리와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분주했던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듭니다. 사람들은 꿈속에 나타나는 광경들을 통해서 길흉을 점치기도 하였는데요. 『주공해몽서』는 꿈에 나타난 상징물로 좋고 나쁨을 점치는 방법을 정리한 꿈 해석서입니다. 꿈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양상을 해석하면서 하루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생각하고 행동을 조심하는 지침으로 삼기도 하였으며 소망을 투영하기도 하였습니다.

<근현대의 하루>
전통사회에서 점차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근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하루를 보내는 일상의 모습에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겨났습니다. 자연의 흐름에 따라 해가 뜨면 일어나 일상을 보내고 해가 저물면 하루를 마무리했던 전통사회의 하루 일상과는 달리, 근현대사회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하루 일상을 보냅니다.

설정해 놓은 시간에 소리가 나는 자명종 시계는 전통사회와 근현대사회의 하루를 보내는 시간 관리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전통사회 산업은 대부분 가업의 형태로 이루어져 한 집안이 일을 함께 하였는데, 산업화 이후에는 다른 공간에서 각자의 일을 하고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직장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에 출근을 하고 급여를 받습니다.
또한 옷을 직접 만들고 바느질을 하는 일이 중요했던 전통사회의 일상에서, 산업화로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옷과 직물을 구입하여 입습니다. 또한 기계가 보급되면서 편물기로 직물을 짜고 재봉틀로 옷을 만들고 수선하는 생활로 변화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 재봉틀이 도입된 시기는 대략 1890년대 이후로 추정하는데요. 외국 재봉틀을 수입해서 이용해 오다가 1950년대 자체 개발을 시작하여 1966년에 최초로 국산품을 생산하였습니다. 재봉틀은 의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었고 1960~70년대에는 최고의 혼수품 중 하나였습니다.
근현대사회로 들어서면서, 각자의 일터 혹은 학교에서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달라져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가 예전보다 쉽지 않아졌습니다. 그래도 밥이 식지 않도록 덮개를 씌운 밥통과 밥상보를 덮어놓은 저녁상에서 집에 늦게 들어오는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따뜻한 밥상을 내어주고자 했던 마음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1927년 우리나라에 최초의 라디오 방송국인 경성방송국이 출범한 이래 1950년대 이후 방송국이 늘어나면서 라디오 방송은 전성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959년 금성사에서 최초로 국산 라디오를 개발하면서 라디오 보급률이 증가하고 대중화되어 라디오가 큰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DJ가 들려주는 사연을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일도 좋은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상설전시관 1관에서 전통사회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만나보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루를 보내는 모습과는 조금 다르지만, 매일 새롭게 맞이하는 하루를 무사히 잘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익숙하게 반복되는 매일의 일상이지만 각자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갔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보며 하루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그럼 이것으로 국립민속박물관 상설전시관 1 <한국인의 하루> 해설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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