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레이치, 고려사람 포스터
지난전시기획전시
까레이치, 고려사람
· 전시기간 2022-09-07 - 2022-11-07
· 전시장소본관 기획전시실2

  • 전시명: 까레이치, 고려사람(Корейцы, Корё сарам)
  • 장소: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2
  • 기간: 2022년 9월 7일(수) ~ 2022년 11월 7일(월)
  • 주제: 고려인의 생활문화와 정체성

국립민속박물관은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 및 카자흐스탄 간의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사진작가 빅토르 안(Виктор Ан)이 기증한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일상 사진 352점을 바탕으로 특별전 《까레이치, 고려사람》을 엽니다.
전시는 지난 세기, 거대한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중앙아시아의 낯선 땅에 흩뿌려진 한민족 동포들이 정착과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해 온 일상의 흔적을 그리고 있습니다. 전시된 60여 점의 사진에 표현된 고려인의 일상에서는 이국적인 현지의 주류 문화와 고려인 공동체가 유지해 온 오랜 전통, 그리고 멀리 떨어진 조국의 영향들 사이에서 중첩된 정체성을 형성해 온 고려인의 자화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전시장 입구 모습

고려인의 삶을 포착한 사진작가, 빅토르 안


사진작가는 자신만의 언어, 스타일, 테마를 찾아야 합니다.
저는 80년대 중반쯤, 고려인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내가 아니면 누가 이 일을 할 것인가 생각이 들었고,
그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 빅토르 안

빅토르 안은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고려인 사진작가입니다. 그는 소련 시절이던 1978년부터 고려인을 위한 민족어 신문 《레닌기치(Ленин киӌи)》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며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 마찬가지로 민족어 신문인 《고려일보(Корё ильбо)》를 거치며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구소련 지역 고려인의 역사와 생활상을 주제로 사진 작업을 해 오고 있습니다.
고려인의 시점으로, 고려인의 삶과 역사를 포착한 그의 작품들은 한민족 디아스포라 연구에 유용한 자료라는 점은 물론, 지금껏 국내 어디에도 기증·소장된 바 없는 희소한 자료로서 가치가 있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를 높이 평가하여 <재외한인동포 생활문화조사: 중앙아시아>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22년 5월 빅토르 안으로부터 352점의 사진을 기증받게 되었습니다.


전시장 내부 모습1

익숙한 듯 낯선 고려인 문화


전시는 ‘일생의례’, ‘세시’, ‘음식’, ‘주거’ 등 민속 분야에서 익숙하게 사용되어 온 키워드로, 9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고려인의 생활문화를 보여줍니다.
이 사진들이 전달하는 공통적인 인상은 익숙함과 낯섦이라는 모순적인 감상이 공존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고려인의 생활상이 여러 문화에 기원을 둔 다양한 삶의 양식들을 자원으로, 상황과 환경에 맞춰 재구성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함경도를 비롯한 한반도 동북지역의 전통과, 소련 시절의 민족 정책으로 크게 영향을 받은 러시아 문화, 그리고 우즈베크족이나 카자흐족 등 주변 민족들, 그리고 현지의 자연환경 등 다양한 문화적 자원과 요인들의 상호작용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고려인의 생활상에서 익숙한 듯 낯선 인상을 받는 것은 한국문화를 바탕으로 어떤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대단히 다른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시장 내부 모습2

‘고려사람’이라는 정체성


옛날에 고려인들은 자신들의 민족적 정체성을 부끄러워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 우리는 친구들과
하늘 아래 우리들의 자리와 권리를 주먹으로 쟁취했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 빅토르 안

소련 시절 이래로 중앙아시아에서 널리 통용되는 러시아어에서는 한국인도, 조선인도, 고려인도 모두 ‘까레이치’(Корейцы)입니다 *. 영어의 ‘코리안’(Korean)처럼 러시아어에서 이들의 구분은 모호한 것입니다.
그에 반해 고려인들은 스스로를 ‘고려사람’(Корё сарам)이라고 말합니다. ‘고려사람’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은 고려인들이 그들 조상처럼 연해주의 조선인도 아니고, 멀리 떨어진 조국의 한국인과는 구별되는 어떤 다른 범주의 공동체라고 인식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고려인 공동체를 떠받치는 것은 분명 이역만리 중앙아시아의 낯선 땅에 끌려와 생존과 정착을 위해 세대를 거듭하며 고군분투해 온 기억입니다. 그것은 과거의 조선인도, 오늘날의 한국인도 갖지 않은 고려인만의 경험인 것입니다. 전시에 공개된 사진에서 발견되는, 한민족의 전통과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여러 민족의 문화가 융합된 생활상은 고단한 이주와 정착의 서사가 만들어 낸 다채로운 증거입니다.
* 잘 알려진 러시아어 ‘까레이스키(Коре́йский)’는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한국의’와 같은 것으로 사람을 지칭하는 데 쓰이지는 않는다.


전시장 내부 모습2


전시 자료

조선민속 볏논에서
1979
우즈베키스탄 나망간 주
Namangan Viloyati, Uzbekistan

볏논을 배경으로 촬영한 인물 사진이다. 좌우의 농기구를 든 우즈베크인 노동자와 그 가운데 지시하는 고려인 지도자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는 농업을 통해 인정받은 고려인의 사회적 위치를 보여준다.
민속 현지조사 사진카드 안 아나톨랴의 결혼
1979
우즈베키스탄 시르다리야 주 굴리스탄 시
Gulistan, Sirdaryo Viloyati, Uzbekistan

결혼식을 마치고 부부가 신랑의 집으로 오는 장면이다. 부부는 인형과 리본으로 장식한 차량을 타고 오고, 신랑의 친족들이 안내하며 춤을 추고 있다. 차가 멈추고 신랑과 신부가 내리면, 친족들은 환영의 의미로 보드카 한 잔씩을 권한다.
북청사자놀음 사진카드 고려신문 광고
1999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레기스탄 광장
Registon Squere, Samarqand, Uzbekistan

공산당의 소수민족 정책에 힘입어 고려인을 위한 민족어 신문은 소련 해체 전까지 《레닌 기치(Ленин киӌи)》를 제외하고는 발달하지 못했다. 사진 속의 《고려신문》은 1997년 독립된 우즈베키스탄에서 고려인에 의해 창간된 민족어 신문이다. 그 밖에 현재 간행되고 있는 고려인의 민족어 신문으로는 카자흐스탄의 《고려일보》가 있다.
봉산탈춤 사진카드 ‘땅집’ 옆에 선 안 비탈리
1981
러시아 오렌부르크 주 악불락 마을
Akbulak, Orenburg Oblast, Russia

원정농업을 하는 사람들이 임시로 거처하는 집이다. 원정농업을 하는 가구는 파종하는 3월에 집을 떠나 임대한 농지 근처에 만든 ‘땅집’에서 머물고, 수확을 하고 난 10월에 원래의 주거지로 돌아온다.
국립민족박물관 제주 민속 조사단 ‘찰떠기’ 만들기
1992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시 벡테미르 구역
Bektemir District, Tashkent, Uzbekistan

고려인들이 ‘찰떠기(찰떡)’ 혹은 ‘차르또기’이라 부르는 음식을 만드는 모습이다. 떡메로 밥알을 두들기고 뭉개서 만드는 것은 오늘날 한국에서 인절미를 만드는 모습과 같다.
한국의 마을제당 시리즈 돌잡이
1994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주 볼셰비크 집단농장
Bolshevik Collective Farm, Tashkent Viloyati, Uzbekistan

돌상 위에 놓인 물건 가운데 무엇을 집어 드는지에 따라 아이의 미래를 점치는 풍습으로, 한국에서 행해지는 것과 같다.
고려인의 돌상에는 ‘찰떠기(찰떡)’ 세 그릇과 쌀과 팥이 각각 한 그릇씩 준비된다.
한국의 마을제당 시리즈 홍범도의 흉상에 꽃을 바치는 고려인
1995
카자흐스탄 키질로르다 시
Kyzylorda, Kazakhstan

홍범도(Хон Бумдо: 1869-1943)는 일제강점기의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이자 대한독립군단 부총재 등을 역임한 독립운동가로, 연해주에 머물며 활동하다 1937년 현재의 카자흐스탄 키질로르다로 강제 이주되었다. 그는 고려인의 자랑이자 존경받는 영웅이다.
한국인에게도 홍범도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미 1962년 홍범도에게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한 바 있고, 2021년에는 홍범도의 유해를 옮겨 와 대전현충원에 안장하며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재차 추서했다.
필름 카메라와 워크맨 김병화의 흉상에 꽃을 바치는 고려인들
2015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주 김병화박물관
Kim Pen Khva Museum, Tashkent Viloyati, Uzbekistan

김병화(Ким Пен Хва: 1905-1974)는 소련의 군인이자 정치가로, 폴랴르나야즈베즈다(Полярная звезда) 집단농장을 지도하며 높은 실적을 기록하여 1948년에 ‘노동영웅’ 칭호를 받았다. 이후 폴랴르나야즈베즈다 집단농장은 이름을 ‘김병화’로 바꾸고 박물관을 세워 지금까지도 그를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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