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모든 것들은 시간 앞에 무력하다.
견고한 모든 것들은 공기 중에 사라지고, 간직한 것들은 기억 안에서 연명한다.
박물관은 시간과의 전쟁터이다. 사라져가는, 사라질지도 모르는 세상 만물을 수집하고, 버티는 곳이다. 그래서 우리는 박물관에서 가장 중요한 일꾼들은 영겁의 세월에 맞서 싸우는 보존 전문가라는 것 잘 알고 있다.
박물관에서 보존이란 옛 물건을 고치고, 다시 만들고, 보존하는 물리적인 일에 그치지 않는다. 옛 사람들의 손맛을 조심스럽게 느껴가며, 그들이 그 물건 앞에서 느꼈을 만감을 현재의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달해주는 이야기꾼의 역할도 한다.
전시는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보물 신·구법천문도를 복원한 보존 전문가 전지연 학예연구사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천문도는 하늘을 보고 계절을 알고, 별을 보고 시절을 짐작했던 옛사람들이 남긴 작품이다. 신·구법천문도는 그들이 고개 들어 보았던 하늘과 이역만리 유럽사람들이 보던 하늘을 함께 그린 귀한 천문도이다.
입수 당시 무정한 세월의 힘에 천문도 속 하늘과 별은 무너지고 있었다.
국립민속박물관 보존 전문가는 시간을 거슬러, 그때의 하늘을 다시 세웠다.
옛 사람들이 보고, 귀를 기울였을 하늘. 오늘 우리는 그들의 하늘을 본다.